오래 전부터 나는 군산이든 서울이든 치앙마이든 훌쩍 떠나서, 노트북만 펼치면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었다.
2년 전에 혼자 자전거를 타고 군산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간 적이 있다. 3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성 분께서 옥상에서 혼자 노트북으로 뭔가 열심히 타이핑하고 있었다. 올려다본 그의 얼굴은 노트북 화면 조명에 빛났다. 그는 자신을 “블로거”라고 소개했다. 당시에는 블로거가 직업인가 생각했는데, 살아갈수록 “블로거”가 직업인 그 남자가 많이 생각났다.
하지만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는 공부를 못하면 사회에서 하층 계급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동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는 무조건 이어폰을 끼고 영어를 들었고, 급식실 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엄마가 준비해준 도시락을 먹으며 교실에서 공부했다. 체육대회 때도 안 나가고 반에서 혼자 공부했다. 학벌과 과가 곧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생각했기에 고시원 생활하며 4수까지 했으나 원했던 의대는 가지 못했다. 그래도 운 좋게 나름 알아주는 대학인 UNIST 경영학과를 갔고(놀랍게도 공대인데 경영학과가 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노는 재미에 들려서 정말 공부만 빼고 다 했다. 빵집에 취직했냐, 사실 사장님 딸이냐 하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고, 연애만 실컷 하다가 C도 받고 F도 받고 초과학기로 겨우 졸업했다.
20대를 지나면서 의무적으로 살아가는 삶과,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번듯한 삶의 기준에 반항심이 생겼다. 토익 970점도 받아봤으나, 나를 잘 팔리게 하기 위한 준비 자체가 싫어서 온갖 자격증을 준비해야 하고 그룹 면접까지 보는 정규직은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에는 두 개의 공기업에서 회계 및 사업관리 직무로 총 2년 반 정도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역시 본질적으로 일반 직장은 할 일이 있든 없든 앉아 있어야하는 시간노동이라는 점이 갑갑했다. 그리고 마지막 회사에서 내가 팀장님의 이쁨을 많이 받던 편이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내가 오랫동안 뒷담의 주제가 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되었다. 사람이라면 일단 좋아하고 봤던 나였는데, 그 이후로는 겉만 보고 알 수는 없는 사람이 싫어졌었다.
그래서 혼자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해 싸피에 들어가서 코딩을 배웠다. 그런데 코딩도 팀으로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서 함께 움직여야 하는 일이었고, 완벽주의적이고 독단적인 내 성격에 견디기 힘들어서 1학기만 하고 나왔다. 그동안의 내 모습을 보면 나는 예술가+장인 성격인 것 같다. 그 후 혼자 사부작 사부작 블로그(구글애드센스 수익), 웹사이트(쿠팡 어필리에이트), 전자책(유페이퍼, 알라딘 등), 스테이블 디퓨전(AI 그림) 등 여러가지를 도전해봤으나 수익이 나는 것이 없었다. 유일하게 도메인 값을 번 것은 내용과 그림도 직접 그리고, 코딩해서 직접 만든 손금사이트다. 쿠팡 파트너스를 달아서 우리 엄마랑 나만 쿠팡 주문할 때 들어가서 구매금액의 3%씩 수수료를 벌고 있다.
이렇게는 도저히 밥벌이가 안되서 23년 말부터는 남자친구의 사업을 도와주고 있다. 스마트스토어관리, 배너 등 모든 디자인 작업, 제품 사진 찍고 포토샵, PPT 교육자료 제작을 했다. (내가 의외로, 공기업에 있을 때 나름 본부장님, 원장님 발표자료도 만들 정도로 능력이 있다.) 업체 인스타를 개설해서 릴스도 많이 만들었는데, 별로 효과는 없었다. 그리고 해외 업체에 도매상을 생각했을 때는 나 혼자 영어 발표 자료도 만들어서 영어 화상회의도 진행했으나 별로 메리트가 없어서 관뒀다.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고 계속 바뀌고, 과녁이 없는데 화살을 쏴대는 것처럼 노력 대비 효과가 없어서 지쳐간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내가 그나마 계속 열심히 하고 있는 게 뭘까? 생각해보니 자린이 인스타그램은 만든지 거의 1년이 다 되가고 있었고, 내가 이렇게 오래 지속한 것이 없었다. 사람들과의 소통이 있어서 내 결과물이 흡족하지 않아도 엎어버리지 않고 계속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전거라는 소재를 가지고 가면서 디지털 노마드로 다시 도전해보려고 한다.
1. 유튜브
인스타GO를 샀다. 이걸로 이제 한 편당 10분정도 하는 브이로그 찍어보려고 한다. 그래도 그동안 내 인스타랑 남자친구 사업 도와주면서 키운 영상편집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 손금책과 손금사이트를 만드는 데 작년 이맘때쯤 혼을 갈아넣었었다. 그 때의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이 내용으로 숏츠 채널을 만들어봐야겠다. TypeCast AI목소리 1년권도 구매해 버려서 뽕은 뽑아야겠다.
2. 인스타
인스타 수익은 좀 들쑥날쑥하지만 인스타 릴스 수익이 한번 들어올 때 10만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입금받을 때마다 출처가 세계적인 대기업 메타 회사이니 자부심도 든다. 조회수가 10배가 되면 인스타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다음에는 인스타 수익을 정리해서 공개하는 글도 올려봐야겠다.
3. 블로그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생각도 정리 되고 좋은 것 같다. 솔직히 나말고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쓰다보면 유튜브 브이로그 나레이션 글감도 되고 도움이 될 것 같다.